“미얀마에서 체험한 경이”
유근배 집사
지난해 중반부터 집안의 일로 그리고 직장의 일로 말미암아 저는 영과 육이 모두 지쳐있었습니다. 동생의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으나 늦여름 동생은 떠났고, 연말부터 아버지는 식도암 말기로 하루하루가 어려우셨습니다. 어머니는 척추협착증과 슬 관절염이 악화되어 거동이 어려워지셨고, 내 몸에도 이상이 생겼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목과 어깨에 통증이 심해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습니다.
이 즈음에 미얀마 선교여행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큰 아이는 선교여행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만 할아버지에게는 더 이상의 기회가 없을 수도 있으니 할아버지의 병상을 멀리 떠나지 말라는 그럴듯한 충고를 하였습니다. 아내는 주님께서 책임지실 터인데 무엇을 염려하느냐 떠나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진실로 진퇴양난, 난처한 입장이었습니다. 그때 목사님은 순종을 강조하셨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순종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2월 7일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인천공항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이날부터 시작된 열흘간의 선교여행은 저의 신앙에서 커다란 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열흘 내내 부모님의 일을 잊고, 평안 속에서 맡겨진 일을 감당하게 해주셨습니다. 저에게는 주로 귀에 문제가 있는 분들을 보내주셨습니다. 통역으로부터 환우의 사정을 듣고, 기도하고, 기드온식 오링테스트하고, 처지하고, 또 기도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 분들의 사정이 애처로워서 기도하고, 치유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불안해서 기도하고, 처치 후에는 기도부족이 염려되어 권사님과 장로님, 목사님께 기도를 부탁드렸습니다. 열흘 내내 치유는 성령님이 하시고 나는 그 분이 사용하시는 볼품없는 작은 막대기라는 원칙을 새기고 또 새겼습니다.
토요일 로웨까웅에서 치유사역 5일차가 있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10세 안팎의 가녀린 소녀가 왔습니다. 사실은 이 소녀가 26-8세의 성인으로 어려서 성장이 중지되었고, 귀도 어려서부터 안 들렸다고 했습니다. 허린 집사님에게서 배운 대로 이롱문제를 처리하였습니다. 처녀의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이근순권사님은 그를 안고 눈물로 기도하셨습니다. 약 20분후 목사님이 그녀를 위해 또 눈물로 기도하셨습니다. 그런데,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들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양곤으로 돌아온 다음날 퍼칸센터에서 사역을 하고 있을 때에 그 처녀는 이제 귀가 말끔히 치유되어 잘 들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미얀마 사역이 끝나가던 즈음에 MPS에서 80대로 보이는, 검버섯은 있지만 기품이 있고 고운 할머니를 뵈었습니다. 그 고장의 사람들은 대부분 맨발로 일본식 발가락 슬리퍼를 신기 때문에 검은 발에 흙먼지가 묻어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분의 발은 희고 깨끗하였습니다. 허리가 몹시 휘었고 기력이 없어서 외부출입을 못하시는 분이라는 통역의 소개를 받았습니다. 마침 허집사님이 전날 저녁 꼬부랑 할머니 경우에는 폐정격에 오호와 복원이 적용된다고 이야기해주신 것이 기억났습니다. 그 지식에 따라 마그네틱테이프를 붙여드렸습니다. 잠시 후 할머니는 난간을 잡고 주욱 허리를 폈습니다. 고맙다는 눈인사를 건네셨습니다. 그러나 걷지는 못하셨습니다. 미진하여 안타까웠습니다. 그날 저녁시간에 허린, 오인섭 두 집사님에게 걸음을 도울 수 있는 처방을 질문했습니다. 이 경우 '풍시'를 적용하며, 그 내용을 이미 말해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무지와 게으름의 소치였습니다. 좀더 열심히 배웠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처음 하루 이틀은 이처럼 배운 내용이 가물가물하고, 속으로는 염려와 걱정이 많았기 때문에 입속이 바짝바짝 말랐습니다. 허린 집사님에게서 배운 지식을 암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시로 찾아보면서 처치하리라는 작정으로 노트북 컴퓨터에 배운 내용을 담아가지고 갔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속에 저장된 지식을 현장에서 바로바로 적용하기가 어려웠고, 밀려오는 환우들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저의 손과 발, 팔, 다리에 유성 펜으로 혈처를 표시했습니다. 내 몸 한번 살펴보고 환우의 혈처에 마그네틱테이프를 붙이는 궁색한 행동을 사역기간 내내 지속했습니다.
저는 한의학, 아니 기초해부학조차도 공부한 일이 없습니다. 선교여행 전에 고작 몇 달 동안에 허린 집사님로부터 배운 대로 처치했을 뿐인데, 듣지 못하던 그 분들이 들린다는 것이었고, 꼬부랑 할머니의 허리가 펴지는 것이었습니다. 신기하였지만, 겁도 났습니다. 저에게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신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설명할 능력도 물론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허린 집사님의 지식은 그분이 연구한 내용도 있겠지만 주님이 계시해주신 내용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과 저는 그 지식을 신뢰하여 지시한 바에 따라 순종하는 도구일 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미얀마에서 기적을 경험하게 된 전말(顚末)입니다.
선교여행을 다녀왔을 때, 아버지의 암은 크기가 줄어들어 산소공급 없이도 호흡을 하고 계셨습니다. 얼마 후에는 어머니도 같은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저는 저를 괴롭히던 목과 어깨의 통증이 없어졌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슬그머니 치유되어 있었습니다. 선교여행 이후, 저는 다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정과 직장에 충실하려 애쓰고 주말에는 강원대학병원에서 투병생활하시는 부모님을 찾아뵙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이전과의 뚜렷한 차이가 있다면, 나와 같은 사람도 주님의 말씀에 따르면, 하루하루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우리를 치유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